[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예술의전당 등 5개 주요 공공·민관 공연장이 코로나19 등 1급 감염병으로 공연이 취소될 경우 대관비를 모두 공연기획자에게 돌려주기로 약관을 개정했다.
지난해 9월 배우이자 공연제작사 대표인 김수로씨가 코로나로 공연이 취소돼도 대관료를 되돌려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호소한 지 약 1년 만의 변화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5대 공연장의 불공정약관을 시정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약관 개정에 자진 협조한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공공), 인터파크씨어터·샤롯데씨어터·엘지아트센터(민간) 등 5개다.
가장 큰 변화는 감염병 사유로 정부가 공연중지 행정명령 시 공연기획자 등의 이미 납부한 대관료를 돌려준다는 약관이 신설된 점이다. 장기공연의 경우 행정명령 발동으로 사용하지 못한 대관일 만큼 대관비를 돌려받는다. 종전에도 일부 공연장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으로 공연 취소 시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약관이 있었으나 ‘1급 감염병’이 명확한 취소 사유로 기재돼 있지 않아 분쟁발생 소지가 컸다.
통상 30% 수준의 계약금도 10~15%로 낮아지고, 잔금 납부시점도 종전 통상 공연시작일 6개월 전에서 3개월 전으로 늦춰진다. 예술의전당·인터파크씨어터·엘지아트센터·샤롯데씨어터는 현재 기본대관료의 20~30%를 계약금으로 받고 있었으나 자진해 10~15%로 낮췄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미 권익위 권고를 따로 20% 낮춰놓은 상태라 해당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대관자가 계약 해지 시 사업자의 승인까지 얻도록 했던 예술의전당·인터파크씨어터·엘지아트센터는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이 경우 대관자가 위약금을 물고 납부금액 일부라 돌려받기 위해 계약을 해지하려 해도 사업자가 거부하면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대관자(고객)의 해제권을 배제 또는 제한할 우려가 높아 불공정하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이외에 5개 공연장 모두 계약위반 발생 시 이행을 독촉하는 등의 최고절차 없이 바로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개정, 계약 해지 전 일정한 절차를 만들었다. 또 모호했던 계약해지 사유도 뚜렷하게 바꿔 예측 가능성 등을 높였다. 수정 약관은 2022년 1월 이후 체결되는 계약부터 적용한다.
황윤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약관 시정으로 대관사업자 및 공연기획사 분쟁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공연기획사의 권익이 투텁게 보호될 것”이라며 “다른 공연장에게도 좋은 선례로 참고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사례를 문체부에 전달, 문체부가 마련하는 ‘공연장 대관 표준계약서’에도 반영되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문화예술계의 대관료 문제는 지난해 9월 크게 수면 위로 올랐다. 배우이자 공연기획자 김수로씨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코로나로 공연이 취소돼도 100% 대관비를 내게 돼 있다며 “공연하는 사람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싶을 정도의 힘듦”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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