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트] [리뷰]소통과 단절을 ‘아트’하게 보여줄 세 남자의 블랙코미디, 연극 ‘아트’

연극 ‘아트’ 사진 위 왼쪽부터 세르주 역 이건명·엄기준·강필석, 가운데 마크 역 박건형·김재범·박은석, 아래 이반역 조재윤·이천희·박정복

연극 ‘아트’ 사진 위 왼쪽부터 세르주 역 이건명·엄기준·강필석, 가운데 마크 역 박건형·김재범·박은석, 아래 이반역 조재윤·이천희·박정복ⓒ더블케이필름앤아트

이 작품을 한번 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매 공연마다 훈훈한 배우들의 미워할 수 없는 이야기가 관객을 웃음짓게 한다. 특히 올해는 9명의 사랑스런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볼 수 있어서 더 그렇다. 좀처럼 외출이 힘든 요즘, 연극 ‘아트’는 청량한 사이다처럼 속을 개운하게 한다. 이지적이고 세련된 피부과 의사 ‘세르주’, 유머넘치고 자신감 충만한 항공엔지니어 ‘마크’, 여기에 우유부단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반’은 순정만화에 등장해도 손색없는 캐릭터들이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유형을 꼽을때 절대 빠지지 않을 캐릭터들이 한 무대에 등장하는 셈이다.


세 남자의 우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 연극 ‘아트’는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15개 언어로 번역되어 35개 나라에서 공연되었다. 또한 토니 어워드 베스트 연극상, 몰리에르 어워드 베스트 작품상,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베스트 상 등을 휩쓸었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인 셈이다. 대사와 대화가 주는 희열이 큰 프랑스 연극의 특성이 잘 살아있어서 우리 관객들에게도 늘 환영받고 있다.

연극 ‘아트’는 누가누가 더 말을 잘하나 내기하듯 쉴새없이 쏟아내는 대사의 감칠맛이 여전했다. 이야기는 15년간 쌓아 온 우정이 허영심과 이기심으로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시작된다. 세르주가 고액을 주고 산 그림을 본 마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마크는 온통 하얗기만 한 판떼기를 3억에 샀냐며 레르주에게 핀잔을 주고 세르주는 자신이 고심해서 산 그림을 경멸하는 마크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다. 마크는 이반에게 세르주의 그림 이야기를 전하고 이반은 세르주를 찾아간다. 마크와 달리 이반은 세르주가 산 그림에 공감을 해준다. 발레를 보기로 한 어느 날 저녁, 결혼식 청첩장 문제로 늦게 온 이반때문에 세르주와 마크는 발레 공연을 못보게 된다. 오랜만에 시간을 함께하게 된 세 사람은 다시 세르주의 그림때문에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무사히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까?

15년이나 함께 우정을 나눈 사람들이 고작 그림 때문에 죽기살기로 싸우는 모습은 웃어넘기기에 안쓰러울 지경이 된다. 그런데 가만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사실 이들은 그림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친하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이 상대방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해보다 앞선 질투, 나를 먼저 보는 이기심, 먼저 사과하는 게 지는 것 같은 소심함. 인간관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찌질함’이 난무하고 나서야 그들은 잊고 있었던 한 가지를 기억해 낸다. 천금보다 더 소중한 존재, 바로 너.

연극은 세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관계와 소통의 부재는 친구, 애인, 가족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이해와 배려가 사라진 관계에는 소통 대신 비난과 질책이 자리하게 된다. 친구 관계를 되찾기 위해 3억을 주고 산 그림에 과감히 펜을 들어 그림을 그리게 한 세르주의 행동은 관계 회복을 위해 치러야 할 용기와 댓가의 크기를 가늠하게 한다. 폭탄처럼 쏟아지는 유치찬란한 100분간의 말싸움이 늘 허탈하지 않는 것은 연극이 끝나가는 순간,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는 세 친구를 보게 되어서다. 우리가 겪는 관계의 단절이 연극처럼 회복과 치유로 끝나게 될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연극 ‘아트’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힘이 중요한 작품이다. 유치하지만 절대 유치하지 않게 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9명의 배우는 이 작품의 천군만마와 같다. 날렵한 턱선에 베일 것만 같은 지적인 세르주 역에 배우 엄기준, 이건명, 강필석이 열연한다. 여자들이 제일 좋아할 조건을 두루 갖춘 마크 역에 배우 박건형, 김재범, 박은석이 매력을 발산한다. 어리버리하지만 꼭 필요한 보석같은 존재 이반 역에 조재윤, 이천희, 박정복이 캐스팅됐다.

연극 ‘아트’

공연날짜:2020년 3월 7일~5월 17일
공연장소:백암아트홀
공연시간:평일 8시/토 3시 7시/일 공휴일 2시 6시(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100분
관람연령:만 12세 이상
원작:Yasmina Reza
책임 프로듀서:김수로
출연진:이건명 엄기준 강필석 박건형 김재범 박은석 조재윤 이천희 박정복

출처 : https://www.vop.co.kr/A00001475006.html


연극 ‘아트’ 사진 위 왼쪽부터 세르주 역 이건명·엄기준·강필석, 가운데 마크 역 박건형·김재범·박은석, 아래 이반역 조재윤·이천희·박정복ⓒ더블케이필름앤아트 이 작품을 한번 본

러닝타임:100분관람연령:만 12세 이상원작:Yasmina Reza책임 프로듀서:김수로출연진:이건명 엄기준 강필석 박건형 김재범 박은석 조재윤 이천희 박정복 출처 : https://www.vop.co.kr/A000014750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