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같은 연극 ‘돌아온다’

[한국일보 유수경 기자]

‘돌아온다’가 관객에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연극 ‘돌아온다’를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그리운 사람이 불쑥 고개를 든다. 그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이 연극 한 편이 헛헛함을 달래준다. 기다림조차 아름답게 만드는 마법 같은 순간을 선물받을 수 있다.

몇 년 전 대학로에서 ‘돌아온다’를 처음 접했다. 이후 수차례 같은 연극을 관람하면서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끼고 있다. 울다가 웃다가…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 놀랄 정도다. 작품이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의미다.

연극은 영화에 비해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예술이다. 객석이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편견도 있다. 2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은 ‘돌아온다’는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옮겨 관객의 불편을 해소했고, 쟁쟁한 라인업으로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돌아온다’는 극의 배경이 되는 식당의 이름이다. 벽에 걸린 액자엔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고 적혀있다. 서너 개 테이블이 전부인 작고 허름한 식당엔 다양한 인물들이 발을 들인다. 욕쟁이 할머니와 아들을 군대에 보낸 교사,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며 매일 취해있는 청년, 파란만장한 삶을 산 주지 스님 등이 작품을 수놓는 주인공들이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지만 외롭고 정 많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고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관객들도 자연스레 위로를 받게 된다.

기존 배우들에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하면서 더욱 풍성한 연극이 탄생했다. ‘돌아온다’ 포스터

초연 당시 참여했던 배우들에 더해 개성 만점 배우 박정철 이아현 홍은희가 합류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이지만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생동감과 긴장감에 푹 빠져든 상태다.

홍은희는 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고, 이아현은 생애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했다.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교사로 분한 이들은 진한 모성애를 뿜어내며 몰입을 돕는다. 오랜 연기 경력으로 단련된 발성과 대사 전달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수로 강성진 등 기존 배우들 역시 더욱 물오른 연기로 객석을 숨죽이게 만든다. 이들은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으로 대극장을 꽉 채우는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김수로는 적재적소에서 순발력을 발휘하며 애드리브로 관객들에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이 또한 연극의 묘미다.

공동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김수로는 “‘돌아온다’는 연극을 어려워하거나 보기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에게 진짜 연극이 뭔지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극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김수로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무대를 지켜온 진정한 연극인이다.

‘돌아온다’의 관객 연령층은 매우 다양하다. 중장년 부부부터 젊은 연인들, 동성 친구까지 누구와 보더라도 감동을 나눌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보는 것도 추천한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지난 7일 개막한 ‘돌아온다’는 내달 5일까지 공연된다. 연출가 정범철과 극작가 선욱현의 작품으로 2015년 초연 당시 제36회 서울연극제 우수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영화로도 개봉해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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